물의 바탕 · 3 / 9
여름내 같은 물, 매일 새 물
눈에 보이지 않는 물속 상태를 읽는 법

물놀이장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를 맡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흔히 "소독을 열심히 했나 보다" 하고 넘기지만, 사실은 그 반대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냄새 하나가 꽤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지난 편에서는 물의 온도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온도만큼 중요하지만 훨씬 눈에 띄지 않는 이야기, 물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를 짚어 보려 합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파랗고 맑아 보여도, 물속 상태는 관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릅니다.
물을 관리하는 두 가지 방식
야외 물놀이장이 물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같은 물을 순환시키며 소독하는 방식입니다. 물을 여과기에 통과시켜 이물질을 거르고, 염소로 소독해 다시 채웁니다. 대부분의 수영장이 이 방식을 씁니다. 물을 아낄 수 있지만, 사람이 많이 다녀갈수록 물속에 노폐물이 쌓이고, 이를 잡기 위해 소독제를 계속 넣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물 자체를 자주 갈아 주는 방식입니다. 새 물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물이 부족하면 쓸 수 없는 방법이라 흔치는 않지만, 관리 부담과 소독제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방식 모두 법이 정한 수질기준을 지키면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어린아이가 오래 몸을 담그는 물이라면, 어느 쪽 물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합니다.
특히 하루에 다녀가는 사람이 많은 성수기라면 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사람이 지나갈수록 물속에는 땀과 노폐물이 쌓이고, 순환·소독 방식은 그만큼 소독제를 더 넣어 이를 잡아야 합니다. 반면 물을 자주 갈아 주는 곳은 애초에 쌓일 것이 적으니 부담이 덜합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붐비는 물놀이장이어도, 하루가 끝날 무렵의 물 상태는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물의 기준
우리나라는 수영장 물의 수질을 법으로 관리합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영장 물은 탁도 1.5 NTU 이하, 유리잔류염소 0.4~1.0 mg/L를 유지해야 하고, 대장균 검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물의 산성도는 pH 5.8에서 8.6 사이여야 합니다.
이 숫자들이 낯설게 느껴지셔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좋은 물놀이장은 이 기준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 관리에 자신 있는 곳이라면 검사 결과를 보여 주기를 꺼리지 않습니다.
소독약 냄새가 알려 주는 것
처음 이야기한 소독약 냄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염소 냄새"라 부르는 그 냄새의 정체는 대개 결합잔류염소입니다. 소독을 위해 넣은 염소가 땀이나 노폐물 같은 유기물과 만나 생기는 물질인데, 살균력은 약하면서 특유의 냄새를 냅니다.
즉 냄새가 강하다는 것은 소독을 많이 했다는 뜻이라기보다, 물속에 처리해야 할 것이 그만큼 많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법에서도 이 결합잔류염소를 0.5 mg/L 이하로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물놀이장에 들어섰을 때 눈이 맵고 냄새가 코를 찌른다면, 그날 그 물의 상태를 한 번쯤 헤아려 보셔도 좋습니다.
새 물을 쓸 수 있다는 것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을 자주 갈아 줄수록 물속에 쌓이는 노폐물이 적고, 그만큼 소독제에 덜 의존하게 됩니다. 다만 이는 새 물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저희 운담공원은 이 점에서 조금 특별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는 물이 하루에도 상당한 양으로 솟아 나옵니다. 덕분에 물놀이 풀을 매일 아침 새 물로 채우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름 내내 같은 물을 돌려 쓰는 대신, 날마다 바꿔 주는 쪽을 택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 물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물속은 눈으로 다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놀이장을 고르실 때는 사진 대신 질문을 건네 보시길 권합니다. "물을 얼마나 자주 가나요?" 그리고 "수질 검사는 하나요?" 이 두 마디면, 그 물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대략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좋은 답이 돌아온다면, 그날의 물놀이는 이미 절반쯤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