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의 시간 · 2 / 7

운담(雲潭), 이름을 짓다

구름이 비치는 못, 그 이름에 담은 마음

2024. 05

운담(雲潭), 이름을 짓다

이름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땅을 사고 물을 찾는 동안에도, 이곳을 무어라 부를지는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럴싸한 이름은 많았지만, 이 땅과 물에 꼭 맞는 이름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편은 그렇게 오래 매만진 끝에 찾은 이름, '운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동네에 이미 있던 이름

이름의 실마리는 뜻밖에도 동네 안에 있었습니다. 이 일대에는 예부터 '운담'이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운담초등학교가 있고, 운담서원이라는 옛 이름도 전해집니다. 낯선 이름을 새로 지어 붙이는 대신, 이 땅이 오래 품어 온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새 이름을 억지로 만들어 붙인 곳과, 그 동네가 오래 불러 온 이름을 이어받은 곳은 어딘가 다릅니다. 후자에는 세월의 무게가 실립니다. 저희는 이 땅에 새로 온 사람이지만, 이름만큼은 이 땅의 것을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이름에 담긴 뜻을 알고 나면 그 장소가 달리 보입니다. 운담이라는 이름이 이 일대에 오래 남아 있었다는 것은, 옛사람들도 이 자리의 물과 안개를 눈여겨보았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오늘 새삼 발견한 이 땅의 아름다움을,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 오랜 시선에 저희의 이름을 포개는 일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놓이는 선택이었습니다.

구름 운(雲), 못 담(潭)

'운담'이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면 구름 운(雲), 못 담(潭), '구름이 비치는 못'이 됩니다. 이보다 이 땅과 물에 어울리는 뜻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자리는 아침이면 종종 안개가 내려앉습니다. 물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그 구름이 물에 비쳐 흔들립니다. 하늘과 물이 만나는 그 고요한 순간이, 저희가 이곳에서 손님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과 꼭 닮았습니다. 요란하지 않게, 잔잔하게,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라앉는 곳.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못(潭)이라는 글자

특히 '담(潭)'이라는 글자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담은 그저 물이 아니라, 깊고 고요히 고인 물을 뜻합니다. 얕게 흐르는 개울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조용히 차오른 물. 저희가 땅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물의 성격과도 통하는 글자였습니다.

깊은 곳의 물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흐르지 않아도 그 안에 넉넉함을 품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이 그런 물 같은 자리이길 바랐습니다.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붙잡기보다, 조용히 머무는 사이 마음이 채워지는 곳. 이름 하나에 그 바람을 담았습니다.

이름이 정한 방향

이름을 정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나머지 결정들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운담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졌기 때문입니다.

요란한 놀이기구도, 이국적인 흉내도 이 이름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대신 산과 물과 그늘, 그리고 조용히 쉴 수 있는 평상, 이름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하나씩 덜어 내며 정리했습니다. 좋은 이름은 그렇게 사업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 낼지를 이름이 알려 준 셈입니다.

오래 부를 이름으로

이름은 한 번 지으면 오래 함께 갑니다. 그래서 저희는 유행을 타는 세련된 이름보다, 십 년이 지나도 촌스러워지지 않을 이름을 원했습니다. 이 땅이 오래 품어 온 '운담'은 그런 점에서 안심이 되는 이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찾을 분들이 '운담'이라는 이름을 편안하게 부르고, 그 이름에서 구름 비친 고요한 물을 떠올려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다 보면 그 이름을 닮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운담이라는 이름이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그렇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 뼘 고요해지는, 그런 자리가 되기를 말입니다.

이렇게 이름을 정한 뒤, 저희는 본격적으로 땅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땅을 사고 첫 삽을 뜨기까지, 그 시작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