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의 시간 · 4 / 7

육백 미터를 파고들다

이 사업의 성패가 걸린 공사

2024. 11

육백 미터를 파고들다

운담공원의 모든 것은 이 공사 하나에 달려 있었습니다. 땅속 깊은 곳을 뚫어 정말 쓸 만한 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만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되는, 그야말로 사업의 성패가 걸린 공사였습니다. 2022년 늦가을, 저희는 이 땅 아래를 향해 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공사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함께 풀어 보려 합니다. 깊은 지하수를 개발하는 일은 대체로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데, 저희의 공사 역시 큰 틀에서 이 과정을 밟아 나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을 상대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흐름을 짚어 보겠습니다.

파기 전에 먼저 살핀다

깊은 물을 얻는 일은 아무 데나 파 내려간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이 있을 만한 자리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공사에 앞서 물리탐사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땅속으로 전기를 흘려보내 그 저항을 재는 방식(전기비저항 탐사)으로, 땅속 어디에 물길이 있을지를 가늠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에 그 지역의 지질 자료와 물이 흐르는 조건을 함께 고려해, 파 내려갈 가장 좋은 위치를 정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 이 준비 과정이 공사의 절반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첫 삽을 뜨기 전에 이미 많은 판단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단단한 암반을 향해

위치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시추가 시작됩니다. 처음 만나는 흙과 무른 지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뚫고 내려갑니다. 문제는 그 아래 기다리는 단단한 암반입니다.

무른 지층을 지나 단단한 바위층에 이르면, 굴착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흙을 파던 도구로는 바위를 뚫을 수 없어, 바위를 때려 부수며 내려가는 방식으로 바꿉니다. 그렇게 계획한 깊이까지 수직으로, 한 층 한 층 파 내려갑니다. 육백 미터에 이르는 단단한 암반을 뚫는 일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 더디고 고된 작업입니다.

무너지지 않게, 오염되지 않게

깊이 파 내려가는 동안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무른 지층은 그냥 두면 무너져 구멍을 막아 버립니다. 그래서 이런 구간에는 케이싱이라 부르는 관을 넣어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 줍니다. 지층의 강도에 따라 관의 규격과 넣는 구간이 정해집니다.

케이싱을 넣은 뒤에는 그라우팅 공사를 합니다. 관과 땅 사이의 빈 공간에 시멘트 같은 것을 채워 넣어, 관을 단단히 고정하고 지표의 오염된 물이 아래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는 작업입니다. 애써 찾은 깊은 물을 얕은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공정입니다.

우물을 깨우다

계획한 깊이까지 다 파 내려간 뒤에도 곧바로 물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멍 안에는 굴착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흙과 점토가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강한 바람을 불어넣어 씻어 내는 에어써징이라는 작업으로 깨끗이 정리합니다.

그다음에는 펌프를 설치하고 양수시험을 합니다. 물을 실제로 끌어올려 보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수위와 하루에 얼마만큼의 물을 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시험을 통해 비로소 "이 물을 얼마나 쓸 수 있는가"라는 가장 현실적인 답을 얻게 됩니다.

마침내, 물

그렇게 땅속 육백 미터 안팎을 파 내려간 끝에, 저희는 물을 만났습니다. 단단한 암반 아래 오래 머물던, 은은한 온기를 지닌 물이었습니다. 양수시험 결과 하루에 쓸 수 있는 양도 넉넉했습니다.

물을 만난 순간의 안도감은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이 공사 하나에 걸려 있던 긴장이 그제야 풀렸습니다.

이 굴착의 과정을 이렇게 자세히 적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님이 훗날 물에 몸을 담그실 때, 그 물이 그저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시길 바라서입니다. 땅속 육백 미터 아래, 사람 손이 닿은 적 없는 암반을 뚫고 올라온 물. 그 물을 얻기 위해 수많은 날의 공사와 판단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신다면, 같은 물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물을 만났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물이 어떤 물인지, 무엇을 품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공인 기관에 검사를 맡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